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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생폼사가 있던 시절. 영화배우 정우의 실제 이야기라는 영화 '바람'
바람은 우연치 않게도 10여번을 본 영화다. 케이블에서 인터넷 방송 등에서 너무 자주 봤다. 그런데 볼때마다 끝까지 보게되는건 왜일까?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도 아니고 깊게 빠져드는 무언가도 없는 잔잔한 영화인데... 공감대가 있어서 였나보다. 내 얘기인것 같기도 하고 학창시절 친구 얘기인것 같기도 하고 누구나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스토리의 영화로 나는 고등학교때 뭐했지 하면서 돌아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누군가 꿀쨈 영화라 표현 하던데 딱 맞는 표현 인듯 하다.
출연 배우들을 보면 주인공은 정우, 손호준(김영주), 양기원, 권재현 등으로 출연 당시에는 무명 이었지만 현재는 탑 배우로 성장하거나 유명해진 분들이 많다.
정우는 짱구 역할로 부모님과 형과 누나가 있는 엄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고등학교 시절은 폼나게 지내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역할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산의 광춘상고는 학교 내의 폭력서클들의 세력 다툼이 치열한 곳으로 불법써클 몬스터가 나온다. 여기서 부터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도 공고를 다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입학 첫날 부터 라이벌 지역 학생들과 시비가 붙었었고, 학교내에서는 각종 서클들과 운동부들이 스카우트를 위해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휩쓸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뭐라고'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때 당시에는 심각했었던 기억이 난다. 지역과 써클에 가입되지 않으면 학교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었던 시절.. 교과 과목으로 교련을 하던 시절..참 살벌한 하루하루 였었다.
영화의 몇 장면을 뽑아보면 제일먼저 짜장면집 씬이 공감이 젤크게 됬다. 짱구가 드디어 몬스터에 가입한 후 3학년 선배부터 모든 회원이 짜장면 집에서 모이는 장면이다. 나도 딱 이렇게 신입생 환영회를 했었다. 1학년 신입들이 큰 목소리로 몬스터 가입 소감이나 앞으로 활동계획을 소리지르면 얘기하는 장면이나 몇명 안되는 3학년들이 늦게 오는 장면. 모두 딱 그때 그시절이 생각난다.
일본 야쿠자에서 보면 장면처럼 테이블이 일렬로 배치되 있고 3학년 부터 1학년까지 순서대로 쫙 앉아 있는 모습과, 선배들이 테이블 마다 짜장면과 탕수육 그리고 소주 1짝씩 올려주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선배들이 따로 회비를 겉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무슨 돈으로 사준건가 싶다.
그리고 시골학교의 전통중에 하나가 제일 잘 나가는 선배가 단체 츄리닝 유니폼을 맞춰주는 것도 있었다. 지금은 이런 전통은 없어 졌을 듯 싶다. 영화에서도 3학년 선배들은 같은 츄리닝을 입고 나온다. 그리고 같은 옷을 입는걸 창피해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주는걸 거절하지는 않는다. 딱 시골 감성 이었다.
그리고 두번째 장명은 짱구가 선배들 전체 소집에 라면먹다가 늦는 장면이다. 2학년 선배가 1학년을 얼굴이나 보자고 소집했는데 짱구만 나타나질 않은 것이다. 분위기가 약간 험악해진 상황에서 다시 소집하여 짱구에게 안 나온 이유를 묻는다. "라먹면다 늦었습니다"라고 대답한 후 라면 봉지가 날리는데 이영화의 유일한 CG인듯 하다. 폭력서클 답게 1학년 들은 일렬로 도열해 있고 2학년 중에 리더급 선배들이 험악한 분위기를 낸다. 이 장면에서의 공감대는 학창시절 주식이었던 라면에 대한 추억이다. 점심시간이면 컵라면을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했고 밥을 말아먹기 위해선 도시락을 싸오는 몇 안되는 친구들의 도시락에 숟가락들이 줄을 섯었다. 1학년 4월 이후로는 학교에 등교를 하면서 도시락을 싸간 적이 없었던것 같다. 교복 속주머니에 미군용 숟가락 하나만 꼽고 다니며 점심을 해결했었다. 그게 멋이었던 시절이다.
세번재 장면은 선배들의 졸업식 장면이다. 졸업식날 몬스터의 선배들이 자동차에 여자친구들을 태우고 떠나는 모습은 완전히 데자뷰였다. 어..저거 우리때도 저랬었는데 하며 웃으면서 영화를 봐었다. 고3 말이 되면 운전면허증을 딸 수 있는 나이가 됬었고 고3때 일찍 취업나간 친구들은 중고차 한대씩 뽑아서 졸업식에 참석했던 기억이 있다. 새차를 살 능력은 안 됐지만 중고차 하나만 있어도 어깨가 으쓱한 기분에 한껏 힘이 들어간 엑셀 페달질로 졸업식장을 떠났었지만 학교를 나오고 나면 갈곳도 딱히 없으면서 뭔가 급한일이 있는 것처럼 졸업식장을 빠져 나오던 모습들도 기억에 난다.
마지막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큰 사건인 타학교 학생들과 시비가 붙어서 우르르 몰려가는 장면이다. 양쪽이 대치하고 있고 버스가 오는 것도 막아서며 일대일로 먼저 붙는 장면은 뭔가 큰일이 발생한것 같지만 실상은 짱구의 여자친구인 황정음 때문이다. 영화에서 싸움은 여자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당연시 하는데, 여기서 일대일로 제일 앞에 나서는 역할은 내가 봐도 멋지다. '끄지라' 한마디로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 학교 다닐때도 저정도 카리스마 있는 친구는 꼭 있었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배우들을 보면 일부러 그랬겠지만 과연 재들이 고등학생이 맞아 싶은 얼굴들이다. 특히 상대편 고등학생들은 누가봐도 30대 중반 아저씨들 포스가 나온다.
나중에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도 나오는 명대사 '그라믄 안돼, 다른 학교에들한테 쳐 맞고 다니고 그라믄 안돼~!'
짱구가 고3이되어 선배가 된 시점에서는 몬스터 써클의 활동 의미가 거의 없어지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암으로 투병중인 아버지와 목욕탕에 가는 장면은 담담하면서도 슬픈 장면 이었다. 아버지의 신발과 복수로 가득차 불룩한 배, 그리고 목욕 후에 먹는 바나나 우유... 슬프다. 부모님은 있을때 잘해야 된다.
영화 바람은 볼때마다 채널을 돌리지 않고 끝까지 보게된다. 봐도봐도 재미있는 영화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그 시절, 폼생폼사로 쪽팔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던 시절의 이야기. '그래 맞아 우리땐 저랬지'라며 장면장면 마다 공감을 느끼면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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